[권만우 칼럼] 지방대를 글로벌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글로컬대학' 과연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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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만우 칼럼] 지방대를 글로벌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글로컬대학' 과연 가능한가
  • 칼럼니스트 권만우
  • 승인 2024.03.1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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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1천억원 지원해 30개 지방대를 세계적 수준으로 육성
중국은 칭화 대학 한 곳에 대한 지원이 대만 전체 대학보다 많아
신입생 충원 미달, 외국인 채우는 대학이 글로벌 대학이 된다?

최근 대만 고등교육 관련 전체 예산이 중국 칭화대 1곳의 예산보다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대만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중국시보에 따르면 중국의 칭화대에 대한 지난해 교육 지원 금액이 410억 9300만 위안(약 7조5000억 원)에 달하지만 2024년도 대만 전체 고등교육 법정 예산은 약 5조3000억 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만의 서울대라 할 수 있는 국립대만대학교의 1년 예산이 202억 대만달러(약 8512억원)로 중국 칭화대와 비교하면 8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 최고의 국립대학이라는 서울대는 2008년에 3349억 원, 법인화 이후에는 매년 4500억 원 정도의 국고 출연금을 받아오고 있다. 서울대 전체 예산은 약 1조6000억 원(2022년 기준)으로 칭화대의 4분의 1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교육부가 작년부터 추진 중인 '글로컬대학 30'은 지방대학 서른 곳을 선발해 5년간 대학 당 최대 1000억 원을 지원하여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육성시키겠다는 정책이다. 이미 2023년에 10곳의 대학이 선정되었는데, 예컨대 부산대와 부산교대가 통합을 통해 시너지를 내겠다고 제출하여 선정되는 등, 비수도권 대학들이 모두 생사를 건 듯 치열하게 경쟁한 바 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미 많은 지방 대학들이 서로 통합을 하거나 심지어 10개 전문대학 간의 연합대학을 만들겠다고 발표하는 등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연합과 통합은 당초 교육부의 '글로컬 대학' 프로젝트가 인구 감소로 인한 학령인구의 급감으로 우후죽순 늘어난 대학 숫자가 인구감소를 견디지 못해 어차피 3분의 1 정도는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 데 기인한다. 즉 대학의 혁신적 노력과 체질 개선을 통해 지방대학을 국제적 수준으로 발전시키는데 주력하기보다 학령인구 감소의 충격을 막으려 대학 간의 통합을 유도한 때문이다. 작년에 선정된 대학들 면면을 보면 국립대가 7곳, 사립대가 3곳으로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대학 간 통합에 방점을 둔 학교들이 선정되었다.

이 때문에 올해도 국립대간 통합(국립부경대와 국립한국해양대 통합), 사립대학 간 연합대학, 국립-사립대학 간 공유대학 등 다양한 통합-연합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대학당 5년간 1000억 원이라는 당근이 중국이나 선진국의 지원금에 비하면 매우 초라한 금액이지만 신입생이 급감하여 위기를 맞고 있는 지방 대학의 입장에서는 생존에 필요한 절실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돈도 중요하지만 대학 입장에서는 글로컬 대학 선정이라는 브랜드가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글로컬 대학'이라는 거창한 브랜드에 선정된 대학 일부가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심지어 일부 미달 사태를 빚기까지 해 체면을 구기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새로 신청을 하는 대학 가운데에서도 어차피 신입생이 미달이므로 타 대학과의 연합이나 통합을 통해 생존하겠다는 안일한 전략을 구사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입시제도는 대학마다 정원이 정해져 있어 내국인은 정원 내로 정해진 인원만큼만 선발할 수 있으며 외국인은 정원 외로 무제한 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악용해 정원 외인 외국인을 정원 내 입학생으로 정리해 신입생을 다 채운 것처럼 지표를 발표하는 대학들도 있다. 학과 신입생 전원이 중국 학생이라 수업도 중국인 출신 교수가 중국어로 하고 시험도 중국어로 보는데 한국대학 학위증을 주는 대학이 과연 한국대학인가 중국대학인가 하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학부모들이나 대학 신입생들도 이제 대학 돌아가는 눈치를 알기 때문에 이러한 '글로컬 대학'과 같은 국비 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고 해서 그 대학을 선택하지 않는다. 지난 몇 년 간의 입시결과가 이 점을 말해준다. 대학혁신 지원 사업에 선정되었다고 눈부신 혁신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글로컬대학에 선정되었다고 글로벌 대학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정부 재정지원사업이 아니더라도 신입생이 몰리고 취업률이 좋고 국제적인 네트워크가 좋은 대학을 수요자들은 선택하게 되어 있다. 부디 이번 글로컬 대학 선정은 부실 대학 호흡기 연명하는 수단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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