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한 단계 도약할 씨앗 역할 기대... 메이저리그 정규경기 MLB 서울 시리즈가 남긴 성과를 훝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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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 한 단계 도약할 씨앗 역할 기대... 메이저리그 정규경기 MLB 서울 시리즈가 남긴 성과를 훝어본다
  • 취재기자 최동현
  • 승인 2024.03.2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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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MLB 월드투어 한국에서 첫 시작... 고척스카이돔으로 다시 돌아온 김하성, 12년 만에 한국 땅 밟은 오타니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들이 모인 메이저리그 정규 경기가 한국에서 처음 열렸다. 지난 20일,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개막 시리즈가 진행됐다. 개막 2연전에는 1만6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고척돔이 가득 들어찼다.

한국 야구팬들은 4년 만에 고척돔을 다시 찾은 김하성(28,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을 반갑게 맞이했다. 또, 현재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7억 달러의 사나이 오타니 쇼헤이(29, LA 다저스)도 이번 시리즈에 함께해 관중석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번 서울 시리즈를 계기로 한국 프로야구가 한 단계 더 발전할지 기대를 모은다.

지난 20일, 21일에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포스터(사진: 쿠팡플레이 홈페이지 캡처).
지난 20일, 21일에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포스터(사진: 쿠팡플레이 홈페이지 캡처).

서울 시리즈 개막 전 다저스와 파드리스는 한국 팀과 스페셜 매치를 가졌다. 한국 팀은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 24세 이하의 선수들로 구성된 팀 코리아가 참여했다. 스페셜 매치 후 바로 정규시즌 경기라 다저스와 파드리스도 1군 선수들을 내보냈다. 메이저리그 1군 선수들과 같은 그라운드에서 함께 호흡하고 승부를 겨뤘다. 한국 선수들은 메이저리거에게 많이 배웠고, 그들의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대표적인 선수가 팀 코리아 소속으로 LA 다저스의 타선을 상대했던 투수 김택연(18, 두산 베어스)이다. 김택연은 지난 18일, 다저스와 경기에서 6회 말에 등판했다. 이날 김택연은 테오스카 에르난데스(31)와 제임스 아웃맨(26)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김택연은 아직 공식적인 프로 데뷔도 하지 않은 신인 선수다. 18세의 어린 선수가 현역 메이저리거를 상대로 11개의 공을 던져 5번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LA 다저스의 감독 데이브 로버츠(51)는 “김택연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팔을 정말 잘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김택연의 투구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올 시즌을 끝내고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하는 김혜성(25, 키움 히어로즈)도 같은 경기에서 다저스 투수 바비 밀러(24)의 156Km 직구를 제대로 때려 2루타를 만들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에게 빠른 직구도 얼마든지 때려낸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한국인 선수들도 많고,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도 있다. 또, 이번 스페셜 매치를 통해 이름을 알린 선수들도 있다. 스페셜 매치를 가졌던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 팀 코리아뿐 아니라 모든 KBO의 팀이 이번 스페셜 매치를 주의 깊게 챙겨보고 분석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플레이가 정답은 아니지만, 그들에게서 배워야 할 점은 배우고 우리가 고쳐야 할 점은 고쳐야 한다. 이번 서울시리즈를 통해 메이저리그의 플레이를 흡수하고 걸러내 우리만의 것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그들의 훈련 방식을 참고해 보고, 타격과 투구에 대한 접근법도 한번 생각해 보면 좋을 것이다. 그들의 스윙은 우리나라 선수들과 어떤 점이 다른지, 그들의 투구는 우리와 무엇이 다른지 비교하는 것도 좋다.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무엇이든 시도해 봤으면 한다.

서울시리즈 개막 전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는 한국 야구 꿈나무들과 만났다. 샌디에이고는 지난 16일 서울 용산어린이정원 야구장에서 어린이 야구 교실을 열었다. 김하성과 고우석(25), 매니 마차도(31),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5)가 일일 강사로 참여해 유소년 선수들을 격려하고 그들의 노하우를 전수해줬다.

같은 날 고척돔에서 다저스와 샌디에이고의 유소년 클리닉도 진행됐다. 타격, 수비, 투구 부분으로 나눠 메이저리거와 한국 선수가 함께 유소년 선수 90명을 지도했다. 올 시즌 다저스의 1선발 타일러 글래스노우(30)와 삼성 라이온즈의 원태인(23)이 투구를 지도했다. 내야수와 외야수 모두 소화가 가능한 샌디에이고의 유틸리티 플레이어 타일러 웨이드(29)가 유소년 선수들에게 수비를 알려주었으며, 지난 시즌 KBO 홈런왕 노시환(23, 한화 이글스)이 타격을 지도했다. 메이저리거와 한국 최고의 선수들이 함께한 이번 유소년 클리닉은 어린 선수들뿐 아니라 미래의 한국 야구를 위한 씨앗이 됐다. 아직 메이저리그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한국 야구의 미래는 밝다.

LA 다저스의 타일러 글래스노우(사진 가운데 맨 위)가 지난 16일 고척돔에서 열린 유소년 클리닉에서 선수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 MBN 유튜브 캡처).
LA 다저스의 타일러 글래스노우(사진 가운데 맨 위)가 지난 16일 고척돔에서 열린 유소년 클리닉에서 선수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 MBN 유튜브 캡처).

우리나라에서 야구는 큰 인기를 끄는 스포츠지만, 야구를 즐기는 나라는 많지 않다. 지구의 모든 나라가 즐긴다고 해도 무방한 축구에 비해 야구는 그렇지 않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가입된 나라는 211개국이다. 야구는 소프트볼과 묶여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라는 국제단체가 있으며, 134개국이 가입돼 있다. 국제축구연맹과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그중 축구의 인기와 맞먹을 정도로 야구를 즐기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 한국과 호주, 대만, 도미니카 공화국과 푸에르토리코밖에 없다. 메이저리그가 타국에서 정규 경기를 치르는 이유다. 메이저리그는 야구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타국에서 메이저리그 정규경기가 처음 진행된 건 1996년이다.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뉴욕 메츠의 경기가 이루어졌다. 이번 서울 시리즈까지 포함해 총 31경기가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일본, 영국, 호주에서 이루어졌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2000년 시카고 컵스와 뉴욕 메츠의 경기를 시작으로 총 10경기가 치러졌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023년부터 타국에서의 정규 경기를 ‘MLB: 월드 투어’ 라는 정식 명칭을 붙여 진행하고 있다. 올해 서울시리즈를 시작으로 멕시코, 영국, 도미니카 공화국에서도 정규경기가 이루어질 예정이며, 2025년에는 프랑스에서 정규경기가 예정돼 있다. 또 2026년에는 영국을 시작으로 하는 월드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 20일에 이루어진 서울시리즈 첫 경기는 LA 다저스가 미소를 지었다. 경기 초반에는 다저스의 타일러 글래스노우와 샌디에이고의 다르빗슈 유(37)의 투수전이 이어졌다. 3회 말, 1사 3루에서 샌디에이고의 젠더 보가츠(31)가 1타점 적시타를 휘두르며 샌디에이고가 선취점을 가져갔다. 점수를 내준 다저스는 4회 초에 제이슨 헤이워드(34)의 희생 플라이로 1점을 내 균형을 맞췄다. 이후 4회 말, 샌디에이고는 무사 만루 찬스에서 루이스 캄푸사노(25)의 병살타로 1점을 추가해 2-1로 앞섰다.

경기 후반까지 추가 득점 없이 샌디에이고가 2-1로 앞섰다. 그러던 8회 초, 다저스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무사 만루에서 헤이워드가 다시 한번 희생 플라이로 1점을 냈고, 이어지는 개빈 럭스(26)와 무키 베츠(31), 오타니 쇼헤이의 연속 안타가 터져 총 4점을 챙기며 5-2로 역전에 성공했다.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간 샌디에이고는 8회 말과 9회 말에 반격하지 못하고 다저스의 5-2 승리로 경기가 끝났다.

이어지는 21일 경기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승리를 가져왔다. 투수전이었던 1차전과는 달리 이번 2차전은 양 팀 합해서 26점을 낸 난타전이었다. 올해 LA 다저스와 12년 3억25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은 야마모토 요시노부(25)가 다저스의 선발투수로 나섰다. 샌디에이고는 2021년 구단 역사상 최초로 노히트 노런(안타나 실점을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는 것)을 기록한 조 머스그로브(31)를 선발투수로 내세웠다.

이번 경기가 메이저리그 데뷔전인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1회에만 5점을 내주며 몸값에 비해 매우 아쉬운 투구를 보여줬다. 1회 초 샌디에이고의 공격, 1번 타자 젠더 보가츠가 야마모토의 직구를 안타로 받아쳤다. 이후 후속 타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를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내고, 3번 타자 제이크 크로넨워스(30)에게 3루타를 허용하며 2점을 내줬다. 이후 김하성에게 희생 플라이로 1점을 더 내줬고, 2사 2루 상황에서 루이스 캄푸사노에게 2루타를 맞으며 1점을 내줬다. 8번 타자 타일러 웨이드(29)에게도 안타를 맞으며 1점을 내줬고, 9번 타자 잭슨 메릴(20)을 삼진 처리하며 가까스로 1회를 마무리했다. 이후 야마모토는 2회 초 마이클 그로브(27)에게 마운드를 내주며 데뷔전을 1이닝 5실점으로 마쳤다.

1회 초에 5점을 내준 LA 다저스는 가만있지 않았다. 1회 말 1사에서 오타니는 머스그로브의 초구를 공략해 안타를 만들어냈다. 후속 타자 프레디 프리먼(34)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이어지는 4번 타자 윌 스미스(28)가 우측 담장을 때리는 2루타로 1점을 만회하며 스코어를 5-1로 맞췄다. 이후 다저스는 2사 만루 찬스를 잡았으나 추가 득점으로 잇진 못했다.

2회 초를 실점 없이 막은 다저스의 그로브도 3회 초에는 샌디에이고의 무자비한 타격에 4점을 내주며 9-1로 앞서갔다. 이에 질세라 다저스도 2회 말 1점을 추가하고 3회 말 스미스, 맥스 먼시(33)의 연속 안타로 만든 1사 2, 3루를 제임스 아웃맨과 제이슨 헤이워드의 타점 추가로 2점을 더하며 9-4를 만들었다. 샌디에이고는 머스그로브를 내리고 톰 코스그로브(27)를 마운드에 세웠으나 코스그로브도 2점을 내줬다. 양 팀 모두 3회에 4점씩 챙기며 길었던 3회가 9-6으로 마무리됐다.

3회에만 양 팀이 15점을 냈다. 난타전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5회 초 샌디에이고는 1점을 더 추가해 10-6을 만들었다. 5회 말, 다저스는 2사 1루에서 터진 무키 베츠의 홈런으로 2점 더 따라붙으며 10-8을 맞췄다. 베츠는 2024시즌 메이저리그 1호 홈런을 기록했다.

6회 초 샌디에이고는 캄푸사노의 안타로 1점을 더했다. 7회 초에는 다저스의 수비 실책이 나오며 샌디에이고가 1점을 더하며 12-8을 만들었다. 7회 말에는 일본인 투타 맞대결이 펼쳐졌다. 샌디에이고의 마쓰이 유키(28)와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의 대결은 오타니의 타구가 우측 담장 바로 앞에서 우익수에게 잡히며 마쓰이 유키가 승리했다. 이어 프리먼과 스미스의 안타가 이어지며 다저스도 1점을 추가해 12-9를 맞췄다.

8회 말 다저스는 2점을 더 챙기며 12-11, 1점 차로 따라붙었다. 9회 초에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경기는 샌디에이고의 매니 마차도가 마침표를 찍었다. 마차도는 무사 1, 3루에서 다저스의 파이어라이젠(31)을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스리런 홈런을 터트렸다. 마차도는 시즌 첫 안타를 스리런 홈런으로 장식했다. 9회 말, 다저스는 따라잡지 못하며 스코어 15-11로 경기가 종료됐다. 양 팀이 각각 1승을 챙기며 볼거리가 넘쳤던 이번 서울 시리즈는 마무리됐다.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20일 서울 시리즈 1차전에서 샌디에이고의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 3회 초 안타를 친 뒤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사진: 쿠팡플레이 스포츠 유튜브 캡처).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20일 서울 시리즈 1차전에서 샌디에이고의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 3회 초 안타를 친 뒤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사진: 쿠팡플레이 스포츠 유튜브 캡처).

서울 시리즈는 메이저리거들의 수준 높은 경기력으로 한국 야구팬들을 감탄시키기에 충분했다. 야구팬 대학생 이신화(24, 부산시 중구) 씨는 “고척돔에 가서 직접 보지 못해 아쉽지만 중계로 재밌게 즐겼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이 씨는 “투구부터 타격, 수비까지 뭐 하나 빠질 거 없이 눈이 즐거운 경기였다”며 수준 높은 메이저리그 경기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씨는 “메이저리그는 한국 야구보다 두세 단계나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는 한국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으니, 한국 야구도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야구에 대한 희망섞인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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